둥지회보 여름호(4) 나이만큼 일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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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nestm 댓글 0건 조회 1,368회 작성일 18-08-01 07:36본문
언젠가 나는 둥지선교 뉴스레터에다 “나이를 잊고 산 80년”이란 주제의 글을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었다.
“일본 치하에 나서 남의 나라 말로 공부하고, 10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어머니를 학대하는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울며 불며 사느라 나이를 잊어먹었고, 11살에 남한으로의 피난 길과 자주 옮겨 다니는 이사와 전차를 갈아타고 통학하는 초등하교 생활이 힘들어서 나이를 잊어 먹었고, 좋은 중.고등하교(이화)에 들어가려고 어린 나이에 박사과정 학생처럼 공부하느라 나이를 잊어 먹었고, 6.25 전쟁의 피난살이가 너무 힘들어서 나이를 잊어 먹었고, 미국 이민 생활에서 자식잃고 슬퍼하느라 나이를 잊어 먹었고, 11번씩이나 수술대에 오르내리느라 나이를 잊어 먹었고, 지난 수년간 책을 쓰느라 나이를 잊어 먹었고, 특히 지난 수개월은 그 책을 영상으로 출판하느라 서울을 오가며 나이를 잊어 먹었고, 집이 없는 사람들을 섬기는 거의 반세기를 정신놓고 사느라 나이를 잊어 먹었다.”
이 글을 올린지 3년이 지났다. 그 후에 나는 홈리스 교육 재단을 설립하여 길에 사는 홈리스 어른들을 대학에 보내 고등 교육을 받게 하고 직업을 얻어 가난과 길거리 생활을 청산시키는 천신만고의 사역을 감당하느라 나이만 잊어먹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아직도 50대 청춘으로 착각하고 천지를 뛰어다닌지 3년이 후딱 지나가고, 83살이란 나이가 나도 모르게 찾아들었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본 사역은 홈리스 사이에서 대학 붐을 일으켜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홈리스 어른들이 늘어났다는 사실과
내 나이에 대한 착각이 내 허리를 꺾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4개월 전에 척추뼈 골절과 협착이 예고없이 찾아와 갑자기 걷지 못하고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엄청난 통증에 많이 누워 지내는 생활은 마치 펄펄날던 새의 날개를 뚝 꺾어서 새장에 처넣은 것 같다고 할까? 아무 짓도 안했는데 저절로 척추뼈 또하나가 골절이란다. 척추뼈의 골절과 협착의 원인은 골다골증이란다. 골다공증은 비타민 D 결핍과
이로 인한 칼슘의 결핍이 빚어낸 결과라고 한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았어도 척추뼈는 재채기만 해도 골절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내 경우이다. 나는 둥지선교와 교육재단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나이를 알고, 나이만큼 일하며 살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이에 대한 착각일랑 하지말고 건강을 챙기자. 남녀를 막론하고, 특히 여성들은 골다공증 검사와 검사를 받고 나처럼 되기 전에 치료를 받으라고 하고 싶다. 치료에는 영양제와 햇볕에 피부를 태우는 일이 최고란다. 나의 치수는 고작 17이어서 의사는 적어도 30까지 올리라고 했다. 그 치수로는 골다공증 치료조차 할 수가 없다고 해서 나는 열심히 영양제를 먹고 매일 햇볕에 나가 피부를 태우기를 2-3개월 한 후에 검사를 했더니 30을 훨씬 넘는 47이 나왔다. 그래서 골다공증 치료에 들어갔다. 내 위는 약을 소화시키기를 어려워해서 주사로 하기로 했다.
난 3개월 전에 나 같이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Assisted living이라는 시설에 단칸짜리 아파트를 세를 얻어 이사를 했다. 하루 3끼 밥해주고, 빨래와 청소를 해 주고 샤워도 도와준다. 난 짐을 모두 내려놓고 한의의 침과 양의들의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으며 최선을 다해 이 집에 사는 100명의 노인들처럼 살지만 틈틈히 컴퓨터 앞에 앉아 ‘영어 자서전’을 거의 끝마쳤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그런 가운데서도 나를 도와주고, 찾아주고, 기도해주는 수많은 친지, 친구, 가족들의 가슴을 메우는 ‘사랑’과 ‘감사’라는 감정 사이에서 춤을 추면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다. 그리고 ‘주여 뜻대로 하소서’란 외마디 기도를 한다.
김진숙 홈리스 교육재단의 김진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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